수소 사업을 육성하는 주요 기업들이 국내 최대 수소산업 전시회 ‘H2 MEET’에서 최신 기술력과 청사진을 공개했다. 개별 제품을 전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밸류체인)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룹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1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해 사흘간 진행되는 H2 MEET 2023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수소융합얼라이언스 등으로 구성된 H2 MEET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가 후원한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H2 MEET에는 세계 18개국 303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했다. 지난해 행사보다 26%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수소 사업 툴박스’ 사례를 선보이며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적용되는 그룹의 기술을 소개했다. 수소 사업 툴박스는 수소생태계 구축을 위해 그룹 계열사들이 협업하는 모델을 뜻한다. 바이오가스 생성, 수소 생산, 수소 활용 등으로 구분되는 단계마다 계열사들이 개별 사업을 추진하며 궁극적으로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가축 분뇨, 음식물 쓰레기, 하수 찌꺼기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현대건설(000720)의 폐자원 수소 생산 패키지를 선보였다. 유기성 폐기물을 발효 처리하면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기체 혼합물인 바이오가스가 생성되고 정제 과정을 거치면 고순도의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고순도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P2E 기술도 함께 관람객을 맞이했다.
수소 생산 부문에서는 바이오가스에서 수소 가스를 추출하는 현대로템(064350)의 하이 그린 300 기술 공정을 내세웠다. 하이 그린 300은 천연가스나 바이오 가스를 섭씨 700~800도의 고온 스팀과 함께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고순도 수소를 만들어낸다. 이후 최종 단계인 활용 영역에서는 현대차의 이동형 수소충전소 H 무빙 스테이션 등 수소 모빌리티가 자리했다. 현대차가 6월 전동화 핵심 전략 ‘현대 모터웨이’를 발표할 당시 언급한 수소 사업 툴박스는 내년 초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이 공개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에서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포스코이앤씨·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6개 그룹사가 함께 대규모 부스를 꾸렸다. 포스코그룹이 세계에서 추진 중인 청정수소 생산 프로젝트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3차원(3D) 파노라마 영상으로 소개하고 독점 사업권을 확보한 오만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모형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한화그룹은 7개 계열사가 참여해 청정수소를 생산·저장·운송해 수소발전소와 수소연료전지까지 활용하는 통합 밸류체인을 선보였다. ㈜한화·한화에너지·한화솔루션·한화임팩트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기술을, 한화솔루션은 수소를 안정적으로 저장·운송하기 위한 고압 탱크를 전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화오션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적용할 수 있는 100㎾급 경량형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료전지 체계를 탑재한 3000톤급 잠수함 모형을 각각 선보였다. 이 밖에 효성그룹·코오롱(002020)그룹·세아그룹 등 ‘한국판 수소위원회’에 참여해 수소 사업을 육성하는 기업들도 기술력을 뽐냈다.
강남훈 H2 MEET 조직위원회 위원장 겸 KAMA 회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H2 MEET는 수소생태계 전반의 최신 기술 동향을 보여주고 사회가 친환경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수소산업 발전을 위한 플랫폼으로 글로벌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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